연남동의 경의선 숲길 골목은 낮에는 향긋한 커피 향과 산책하는 강아지들의 귀여운 발걸음으로 화사하지만, 저녁이 깊어가면 은은한 미러볼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골목 모퉁이의 주점들이 자아내는 고즈넉하고 비밀스러운 낭만으로 차분하게 물들어간다. 야근을 힘겹게 마무리하고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온 오랜 벗들과 마주 앉아 가볍게 저녁을 비운 뒤, 우리는 학창 시절 즐겨 불렀던 소박하고 정겨운 멜로디에 기대어 기분을 치유할 수 있는 소담한 개인 부스를 찾아 나섰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시끄럽고 요란한 유흥 시설이 아니라, 오롯이 우리들의 서툰 고음마저 다정하게 보듬어줄 숨겨진 아지트 같은 방이 필요했다. 굳이 잘 쓰인 전문 후기글들이 가득 찬 포털 상업 광고 포스트나 연남 가라오케 찐후기 같은 복잡한 타이틀들을 밤새 눈 아프게 비교하려 애쓰지 않더라도, 주변 지리가 편리한 건물 모퉁이 빌딩 지하의 아늑한 매장 하나만 정직하게 골라 예약해도 훌륭한 쉼터를 찾아낼 수 있다. 화려하고 번잡한 간판들 틈바구니에서 모던하게 마감된 세련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갈하게 흐르는 음악 소리와 깨끗하게 정돈된 실내 공기가 비로소 우리의 마음에 편안한 긴장 완화를 선사한다. 마이크 청결 소독도 아주 잘 되어 있어 안심하고 맘껏 즐기기에 흠잡을 곳이 없다.
선율 속에 빚어내는 묵묵한 위로와 신뢰바쁜 하루 끝자락에 울리는 익숙한 전주 소리와 친구들의 우스꽝스러운 고음 합창 속에서, 우리는 잠시 동안 어제의 피로를 사르르 잊어버리게 된다. 진정한 낭만은 요란하고 값비싼 과시에 기댈 필요 없이, 정직하게 내 뚝심을 지키며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조화로운 온기 속에서 멜로디를 나누는 배려 속에서 완성된다. 연남 골목 모퉁이 매장에서 얻어낸 이 진솔한 우정의 여운은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힘겨운 출근길 속에서도 나를 든든하게 지켜줄 작은 활력소가 되어주기 충분하다.
친구들을 마중하고 홀로 돌아오는 한적한 강변길 위로 은은한 달빛이 덮여 있어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만의 정갈한 스타일과 온기를 가슴 깊은 서랍에 소중히 담아두고, 다가올 아침을 활기차게 맞이할 행복한 기운을 가득 채워 간다.